2011/01/22 12:04
박완서 선생 이력의 가장 특이한 점은 마흔 살에 데뷔했다는 것이다. 대개의 소설가들은 스물 몇에 데뷔하여 일반인의 삶이 아니라 ‘문인의(으로서)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그런 삶이 주는 일정한 경향이 있다. 굳이 부정적인 쪽을 들추자면, 삶이 문학에 녹아든다기 보다는 문학에 담을 거리를 찾는 삶이랄까. 그래서 대개의 소설가들에게 마흔은 문학이 꺾이는 시점이 되곤 한다. 선생은 그 시점에 데뷔했으니, 말하자면 일반인의 삶을 남보다 곱절을 확보해놓고 시작했으니 그의 소설에 인간에 대한 섬세한, 차라리 징글징글한 고찰과 삶의 부면들이 넘쳐날 수밖에. 생의 후반부를 창작력을 잃은 원로작가로서가 아니라 여전한 작가로 사신 것도 인생의 그런 배분과 관련이 있지 싶다. 선생의 사례로 본다면 작가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데뷔를 빨리 하려는 욕심을 되도록 삭이는 게 오히려 작가로서 생명력을 확보하는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건 문학에만 국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선생의 소설들은 굳이 이념이나 세계관으로 갈라보지 않아도 되는 격조가 있었다. 그래서 난 박완서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잘 모르겠다 대답해왔으면서도 그를 좋은 작가로 기억한다. 잘 살아내셨으니 이제 잘 쉬시길 빈다.


2011/01/22 12:04 2011/01/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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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free xbox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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