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31 23:26

아침에 트위터에서 고재열과 허지웅이 트위터가 세상을 바꾼다 못 바꾼다 티격태격하는 걸 봤다. 세상은 '세상을 바꾸는 운동'에 의해서 바뀐다. 그 운동이 책에 담기는가 인터넷에 담기는가 촛불에 담기는가 트위터에 담기는가의 차이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세상을 바꾸는 운동인가, 다. 지배체제의 숙제는 그 운동을 막는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처럼 모조리 빨갱이와 간첩으로 몰아 없앨 수 없는 오늘, 체제는 좀더 교활하게 숙제를 수행한다. 세상을 바꾸는 운동이 아닌 걸 세상을 바꾸는 운동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 인터넷과 트위터 세상에서 차고 넘치는 ‘카타르시스로서의 반이명박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이명박을 반대하는 사람들끼리, 혹은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명박을 욕하고 조롱하는 반이명박 운동 말이다. 그 운동은 사실 세상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이명박을 반대하던 사람들과 이명박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여전히 반대하고 지지할 것이고, 그 중간에서 부유하던 사람들은 그런 욕과 조롱에 설득될리 없으니 말이다. 그 운동의 유일한 의미는 그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바꾸는 의미있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분노와 싸움이 정작 그 지배 체제, 즉 이건희를 비롯한 자본의 체제를 향하지 못하고 카타르시스되어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이명박 패거리가 지배 체제 아니냐고? 이명박과 그 패거리는 지배 체제의 집행관이자 행동대원일 뿐이다. 우리는 지배 체제가 이명박만 집행관으로 쓴 게 아니라 김대중이나 노무현마저 집행관으로 썼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이를테면 이번에 천신만고 끝에 1심 승소한 KTX 노동자들은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에 의해 부당해고 되었었다.) 그래서 오늘 민주당이나 국참당을 비롯한 '진보개혁진영'이 말하는 ‘정권교체’란 실은 ‘집행관의 교체’를 말한다. 세상을 바꾸는 운동은 그런 사실을 직시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걸 직시하지 않는 모든 운동은 트위터든 촛불이든 인터넷이든 책이든 카타르시스일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착각을 선사하는 카타르시스 말이다. 트위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공언하는 고재열 씨는 자신이 수만명의 팔로어를 가진 ‘파워 트위터러’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고재열 씨가 이명박 패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지배 체제에 대한 좀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했어도 팔로어가 수만명이었을까? 트위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은 이 질문을 충분히 되새겨 본 다음에 하는 게 좋을 것이다.

2010/08/31 23:26 2010/08/3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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