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5 01:24
(천안에서 한 고등학생이 보내온 편지를 허락을 얻어 싣는다. 진보신당의 '성인' 당원들이 이 편지를 읽었으면 좋겠다. 앞뒤 인사 부분은 생략.)

평소에 선생님께 메일을 한번 보내보고는 싶었는데, 메일주소를 몰라서 그냥저냥 있다가 선생님 블로그 맨 아래에 메일 주소가 있다는걸 오늘에야 알고 이렇게 메일을 드립니다. 이런 글을 쓰려고 메일을 드리는건 아니구요, 그냥 제 얘기를 좀 드리고 싶습니다.
음, 저는 진보신당에 가입해 있구요, 선생님의 글들을 진보정당 당원의 관점에서 보면서 대부분 공감을 느끼는 편입니다. 아마 저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이념적 정체성'을 잘 간직하고 있거나 혹은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당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뭔가를 거창하게 생각하고 진보신당에 가입한건 아니었고, 어느 날 문득 진보신당에 가입하고는 이런 지경(?)에까지 오게 된 저를 보게 됐습니다. 선배나 전교조 교사를 '잘못' 만나서 운동권이 된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기에 굳이 말하면 '자생적 운동권'(운동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농반진반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서 지금과 같은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오랜 기간 '편향된 독서'를 하다 보니 조금씩 이념적 지향이 좌로 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이념이 어쩌고 할 정도로 아직 성숙하진 않은 거 같기도 하구요. 잘은 모르겠습니다. 강준만 선생님이 선생님에 대해 "위선을 혐오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던데, 그게 제가 생각하는 그것과 비슷하다면, 다만 저는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혹은 주류 환경론자 같은 사람들의 '위선'에 맞서 싸우고자 할 뿐입니다. 그것과 맞서 싸우면서 어떻게 우리의 세를 불릴 수 있을지, 그 방법론에 대해선 제가 말할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글쎄요, 우리가 노선투쟁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유권자들에게 우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도 분명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에만 매몰되는 정당은 사회악이지만, 그렇다고 선거 결과에 지나치게 초탈하다면 그건 정당을 만들 필요가 없는거 아닐까요? 그냥 시민단체 같은걸로 가야지. 확실한건, 대다수 시민들이 아직까지 진보신당이 뭔지도 잘 모른단겁니다. 여러 시민들이 진보신당의 창당 과정과 민노당과 관계 같은 우리당의 역사적인 맥락까지 알아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제외하고 정당이 한두개 있는 것도 아닌데, 지지율 이전에 '진보신당이 있는지, 혹은 어떤 정당인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분명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방금전 말씀드린 그런 걸 다 설명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방법론이 문제인데, 제 짧은 소견으로는 '자유주의 세력의 위선'을 폭로해 나가는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한겨레 칼럼에서, 노회찬 당시 후보가 선거 직전 토론회에서 하신걸 보고 비판하신 것에 백번 공감하는 편입니다. 아마 선생님께서 바란 것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러니깐, 우리는 한나라당을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과 같은 편인 것도 아니라는 걸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그런 거요.
편지를 시작할 때도 뭘로 시작할까 모르고 아무 얘기나 했더니 이런 얘기까지 와버렸습니다. 아, 선생님께서 요즘 진중권 선생님과 계속 티격태격하시느라(이런 표현이 누가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힘드실 텐데 또 이런 얘길 들으시니 지겨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제가 위키백과의 진보신당 항목에 이번 지방선거와 후폭풍(?)에 대해 서술하면서 두분의 논쟁도 간략하게 실었으니, 한번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좋은 '반격' 하시기 바랍니다.


2010/08/15 01:24 2010/08/15 01:24

트랙백 주소 :: http://gyuhang.net/trackback/2036

  1. Subject: 제 짧은 소견으로는_김규항

    Tracked from 책 읽는 즐거움~ 2010/08/15 21:07  삭제

    얼마 전, <고마운 편지>라는 제목으로 한 고등학생이 김규항님께 보낸 편지를 내 블로그에 퍼 온 적 있다. 그 학생이 또 다시 보낸 편지를 읽어 보았다. 비록 나이 어린 고등학생이지만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