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8 15:38

(오래된 일인데.. 지금도 "김규항이 디빠 편을 들었다" "심형래를 칭송했다" 떠들어대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전후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이 여전히 그런 말에 영향을 받는다고도 하고 특히 고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니 잠자코 있긴 그렇고.. 인터뷰집에 그 이야기가 언급된 부분을 발췌해 싣는다. 찜찜해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빈다.)


영화〈디워〉를 놓고 벌어진 논쟁도 인텔리의 취향과 말하는 방법, 대중의 취향과 말하는 방법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큰 듯합니다.
 
내가 그 당시 타인의 취향이라는 글을 썼어요. 그 글을 보고는 진중권 씨가 디빠(〈디워〉를 추종하는 사람들`- 편집자)의 편에 섰다며 나를 비난했어요.(웃음) 어떤 사회적 문제에 대해 열정을 갖는 건 좋지만 사회적 문제라는 게 한 가지 측면이나 차원만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겁니다.
 
심형래 감독과〈디워〉가 왜 논란이 되었는지를 처음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심 감독은 지식인도 아니고 예술영화 감독도 아닙니다. 문화를 앞세운 비즈니스는 언제나 있어요. 그들이 만들어내는 질 낮은 문화상품도 언제나 있어왔죠. 인텔리들이 그런 류의 문화상품을 도마에 올리느냐,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외면하고 무시해버리죠. 그런데 왜〈디워〉는 언급의 대상이 되었을까. 한마디로 말해 아주 평범한 영화가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주요하게 취급되었기 때문인데요.〈디워>가 대단한 작품인 듯 여기저기 오르내리고, 심 감독은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고, 이런 게 거슬렸던 거죠. 또 지나치게 상업주의적인 흐름이 한국영화에 끼치는 악영향도 생각했고요. 애국주의적인 흐름도 마찬가지예요. 상업주의와 애국주의를 적극 옹호하고 나선 사람들이 이른바 디빠들입니다. 그러나 디워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디빠는 아니죠. 주말에‘어떤 영화를 볼까’그러다〈디워〉를 고른 사람도 있을 테고,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서〈디워〉를 본 사람도 있겠죠. 그런대로 볼 만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혹은 평론가들과는 정반대로 “스토리는 괜찮았는데 CG가 너무 후졌더라”고 말하는 우리 아이들 같은 관객도 있었겠죠.(웃음)
 
‘반디빠가 아니니 당신은 디빠를 옹호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런 욕을 먹은 거군요.
 
그렇습니다. 나는 그 글에서 디빠와 반디빠 싸움의 구도가 놓치고 있는 다른 이야기를 한 겁니다. 그런데 디빠를 옹호한다니요. 난 디빠뿐 아니라 네티즌 전반의 소통방식에 대해 반감이 큰 사람인데.(웃음) 참 어이없는 일이었어요. 인텔리들의 독선과 오만을 엿볼 수 있는 일이었죠.
 
사람들이 영화 한 편을 보면서 사회적으로 긴장하고 그 사회적 의미를 둘러싼 인텔리들의 의견을 충실히 감안해야 할 필요는 없겠죠.(웃음)
 
앞서 말했듯이〈디워〉는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영화고, 비판의 대상이 될 만한 가치도 없는 영화입니다. 인텔리들의 비판엔 보통 사람들에 대한, 말하자면 타인의 취향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었다고 봐요. 나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한 겁니다. 그런데 디빠를 옹호했다고 말한다면 그건 그들의 아집이죠. 자신이 집중하는 문제의 틀 안으로 모든 걸 꿰맞추어 ‘내 편이냐, 적이냐’하는 식으로 재단한다면 그건 파시스트들이나 할 법한 행동인 겁니다.
 
인텔리들은 문화적으로 듣고 배울 기회가 많았던 사람들이잖아요. 일반 대중들보다는 아무래도 좀 더 세련된 취향을 갖기 마련이죠.
 
어떤 작품을 경멸하는 것은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는 쪽으로 연결될 소지가 큽니다. 그런 점을 조심해야 해요. 부르디외는 어디 가서 음악 이야기는 안 한다고 했어요. 음악적 취향처럼 문화 자본과 계급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거든요. 늘 클래식만 듣던 사람이 동네 호프집에 갔다고 생각해봐요. 동네 아주머니랑 아저씨들과 음악 얘기를 하는데, 그는 클래식만 얘기한다고 생각해봐요. 코미디 같은 풍경일 겁니다. 그런 사람을 몇 번 본 적이 있어요.(웃음)
 
그 사건으로 인해 젊은 독자들이 많이 돌아섰다고 들었습니다.
 
허지웅 씨가 그랬어요. 그 일로 내 글을 읽던 이십 대 독자들이 많이 떠났다고. '허튼소리를 해놓고도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아서 실망했다'고들 하더랍니다. 나는 사실 ‘왜 나한테 이러지?’ 싶었을 뿐인데.(웃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맥이 빠집니다. 이 또한 인터넷 우민화 전략의 결실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화법의 차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나요?
 
물론 더 요령 있게 양비론을 펼 수도 있었겠죠. ‘디빠 정말 문제가 많다, 그러나 취향은 중요하다’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예나 지금이나 그런 요령이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되진 않아요. 글쎄, 그런 요령이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어요. 말하는 사람의 신상을 위한 것이지 문제를 사회적으로 명료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거든요. 한국엔‘이게 나쁘지만 이것도 문제고…’하는 식의 논지가 지나치게 횡행합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요. 비판자들이 보기에는 노빠(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인사나 그를 적극 지지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편집자)들이 전통적인 개발주의자와 손을 잡으면서 황빠(황우석 박사를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편집자)현상을 불러일으켰고, 다시 디빠 현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가질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논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100분 토론〉에서도 그랬지만, 사회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비판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게 진중권 씨의 용기라고도 보여지는데요.
 
용기일 수도 있고 스스로 늘 말하듯 심한 짜증일 수도 있겠죠.(웃음) 황빠 때와 다른 건 인텔리 영역, 즉 글을 읽고 책을 사는 사람들 가운데선 디빠 쪽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한국 토론 문화의 특징과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이런 거죠. 어떤 일에 A와 B의 가치가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누군가가 B를 얘기하면 그것을 바로 A를 부인하는 발언으로 생각해요. B를 이야기하는 건 B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 A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단지 A를 이야기하지 않은 것일 뿐이죠. 학교에서 논술은 배우지만 논리는 배우지 못해서 그러는지, 하여튼 네티즌들에게 그런 이상한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또 충분히 구분할 만한 사람들은 논쟁이나 갈등 상황에서 그런 경향을 은근히 이용하기도 해요. 인터넷이 없던 시절부터 우리 사회에 면면히 내려오던 집단주의까지 합쳐지면 더 큰 문제를 낳는 것 같아요. 인터넷 기반의 여론을 보면 뭔가 분노 같은 게 생기고, 그 다음 대열이 생겨납니다. 그 대열에서는 다른 측면을 보려는 태도를 용납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다른 측면을 보고 성찰해야 결점도 보완되고 대열도 더 튼튼해지는 건데요. 지나치게 단순한 정의, 그러니까 집단주의화한 정의는 위험합니다. 언제나 그래요.
 

2010/07/28 15:38 2010/07/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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