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6 16:57

사회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다보면 가끔은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한다. 민주주의란 그런 소란스러움을 기꺼이 함께 겪는 사회원리다. 그러나 그런 논란 가운데는 그런 논란이 있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경우도 있다. 근래 서울시 교육청의 체벌금지 조처로 인한 논란이 바로 그런 경우다. 지구상에서 나라꼴을 갖춘 사회에선 이미 다 금지하고, 나라 안에서도 군대나 교도소에서조차 엄격히 금지하는 체벌을, 학교에서 그것도 자라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허용하는 야만을, 이제라도 끝내자는 이야기가 어떻게 논란거리일 수 있는가. 
이런저런 궤변들을 늘어놓지만 체벌금지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진짜 이유는 하나다. 더 이상 체벌을 못하게 되었을 때의 불편함. 물론 체벌을 통해 아이들을 지도하던 교사가 체벌 없이 아이들을 지도하려면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부당한 불편함’이 아니라 ‘교사의 임무’다. 교사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아이들을 지도할 임무가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꽤 많은 교사들이 그 임무를 방기하기 위해 ‘폭력을 동원’해 온 것이다. 봉급을 주는 국민들 앞에 엎드려 사과하고 반성할 일이다.
“교사의 교육 포기라든지 교수권 침해, 여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 교총 대변인이라는 이의 말이다. 성찰하지 않는 인간은 말도 안 되는 짓도 자꾸 하면 익숙해지고 심지어 그걸 못하는 걸 정당한 권리를 빼앗기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 교총 대변인의 말은 체벌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상태에 있음을 ‘생태 다큐’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말은 상식의 이름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는 교육도 교수권도 수행할 수 없는 교사는 교사직을 포기해야 한다.’
체벌 금지가 ‘진보 교육감’을 위시로 한 빨갱이들의 도발이라며 보수/진보의 문제로 몰아가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 ‘망막에 빨강매직을 칠한 지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나만 물어보자. ‘당신들이 그토록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는 폭력으로 해결한다는 명제가 들어 있는가?’ 체벌 금지는 애당초 보수/진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이다. 
우리 사회는 엊그제만 해도 가정과 군대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 야만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금지되는 과정에서 보수적인 사람들이 얼마나 마땅치 않아 했던가? 그런데 그런 사람들 가운데 지금 ‘여자는 사흘에 한번은 패야 해!’라든가 ‘군대는 빳다를 쳐야 돌아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이 순간 체벌금지에 대해 핏대를 세우는 사람들도 머지않아 지금 제 모습이 기억될까 노심초사하게 될 것이다. 야만은 ‘인간의 사회’에서 늘 그렇게 하나씩 사라져가는 법이니.

덧붙이는 말: 체벌 금지는 오늘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나 인권의식에 비추어 이상하리만치 늦게 제기되었고, 이상하리만치 손쉬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것은 체벌이 그것을 대놓고 찬성하는 사람들 외에 어떤 광범위한 암묵적 지지를 가진다는 걸 뜻한다. 지지의 정체는 바로 아이들의 성적, 즉 시장에서 경쟁력을 둘러싼 부모들의 욕망이다. 체벌을 반대하는 사람이 교사가 ‘좀 강하게’ 지도하는 게 아이의 성적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체벌이라는 야만은 그런 욕망에 힘입어 존속되고 있다. (경향신문)

2010/07/26 16:57 2010/07/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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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내 몸에 손대지 말라

    Tracked from 논술구루 2010/07/26 18:54  삭제

    주간한국(2007.3.27) 내 몸에 손대지 말라 권력이란 타인의 행동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강제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대한 교과서, <고등학교 정치> 정치 권력이나 폭력은 모두 강제력을 본질로 ?

  2. Subject: 체벌 논란.

    Tracked from 행복하기 2010/07/26 21:37  삭제

    당연히 체벌 반대다. 김규항이 덧붙인 것처럼 우리 사회에 '체벌'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이유는 "성적" 때문이다. 아이들을 때리며 공부시키는 것을 부모가 원하기 때문에 그렇다. 때려서라도 ?

  3. Subject: 체벌 금지 문제

    Tracked from 접근금지 - 친환경 주거지입니다 ^^ 2010/07/28 17:28  삭제

    김규항씨가 쓴 체벌금지에 대한 글을 읽고 우선은 살짝 반감 그리고 어느 정도 수긍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나나 울 마님이나 체벌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편이라서 그런 듯하다.(흔한 말로

  4. Subject: 서울비의 알림

    Tracked from seoulrain's me2DAY 2010/07/31 21:25  삭제

    체벌이라는 야만 — “이런저런 궤변들을 늘어놓지만 체벌금지에 반발하는 사람들의 진짜 이유는 하나다. 더 이상 체벌을 못하게 되었을 때의 불편함. 그러나 그 불편함은 ‘부당한 불편함’?

  5. Subject: 서울시 교육청 - 학생 인권조례 제정...!!

    Tracked from 옳은 일 하기 2010/08/15 00:12  삭제

    곽노현 서울특별시 교육감은 지난 7월 19일 일선 학교에 2학기 부터 체벌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의 '학생인권조례' ..

  6. Subject: 체벌이라는 야만 (김규항, 경향신문)

    Tracked from 구루마로그 2010/10/06 11:26  삭제

    체벌이라는 야만 사회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다보면 가끔은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한다. 민주주의란 그런 소란스러움을 기꺼이 함께 겪는 사회원리다. 그러나 그런

  7. Subject: 학생인권조례

    Tracked from 옳은 일 하기 2010/12/20 01:13  삭제

    곽노현 서울특별시 교육감은 지난 7월 19일 일선 학교에 2학기 부터 체벌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의 '학생인권조례' 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체벌금지는옳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