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30 00:39
참담하고 혼란스럽던 며칠이 지나면서
여전히 아이들과 공연을 준비하고 일상을 해나가면서
김규항씨의 글을 보는게 도움이 됐습니다.

블로그(사실 저희 식구들은 여길 보면서 블로그란 걸 처음 알았습니다.)를 보니까
난리가 나 있어서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나고 마음도 들지만
생각도 짧고 잘 정리할 능력도 없어서 보고만 있다가
단지 '연대'의 의미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편지를 써 봅니다.

이 혼란 속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지요.
누구 편에 설것인가. 어디에 서 있을것인가의 물음 말입니다.
제가 아는 한 '진보'는
그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혁명'은
하느님 나라를 이땅에 이루는 것입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존재를 통해서 말입니다.

김규항씨의 글에서 제가 발견하고
힘을 얻는 것은
바로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입니다.

며칠전 아웃사이더에 하워드 진 교수가 이야기한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간의 품위가 지켜지는 조그만 영역들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글로만 만나기에도 벅차고 멀고 대단해 보이던 노교수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우리가 하루하루 해 나가고 싶은 그 꿈이었습니다.
우리가 4월 17일날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공연을 홍보하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며칠 그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아이들과 지지고 볶는 일상을 이어갑니다.

이곳에서 '아직' 오지 않은 하느님나라에 대해 언제나 깨어있고 명확해야 함을 다시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시
'이미'와 있는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이 자리라는 것도 생각합니다.

좁고 안전한 이곳 만석동에서 매일 변하는 것 없는 아이들과
여기서 함께있는 식구들을 바라보면서 '아직과 이미'사이에
깨어있는 다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힘내십시오.
삶을 이어가는
모든 '선한 사람들'과 함께
우리도 힘을 내겠습니다.


(지난 15일, 기차길옆작은학교 선생님에게서 받은 편지.)
2004/03/30 00:39 2004/03/30 00:39

트랙백 주소 :: http://gyuhang.net/trackback/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