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1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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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자는 줄 알았던 김건이 눈이 동그래져서 달려왔다. “아빠, 휴지통 옆에 개미가 네 마리나 있어!” “그래?” “아빠, 어떡해?” “어떡할래?” “죽일까?” “개미들이 널 해쳤어?” “물지도 모르잖아.” “물었어?” “아니 물지도 모른다고.” “ 김건이 개미집에 갔다고 개미들이 죽이면 좋겠어?” “아니.” “개미처럼 작은 동물이든 인간처럼 크고 잘난 체하는 동물이든 생명은 다 같은 거야.” “맞아.” “아빠는 40년이나 살았지만 인간이 개미보다 낫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들어. 아빠 생각엔 인간이 제일 나쁘고 어리석어.” “그럼 어떡하지?” “그냥 같이 살지 그래.” “개미하고?” “걔들은 휴지통 옆에서 살고, 너는 너대로 살면 되지.” “그럴까?” “너무 많아지거나 물면 아빠가 해결해 줄게.” “어떻게?” “단 것으로 유인해서 밖에 내놓든가 하면 되지.” “알았어.” “개미들 어떻게 사는지 잘 관찰해 봐. 걔들도 사람하고 똑같은지. 엄마도 있고 친구도 있고 이야기도 하고 사랑도 하는지.” 김건은 한참을 휴지통 옆에 엎드려 들여다보더니 이 그림을 그렸다. 돋보기 반대편에서 김건을 보았을 개미들은 김건의 마음을 알았을까. 어쩌면 그들은 인간이라는 동물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처럼 대놓고 제 종족을 잡아먹는 동물은, 잡아먹히면서도 저항할 줄 모르는 동물은 어디에도 없으니.
2004/03/18 01:12 2004/03/1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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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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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mmmmm테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