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3 12:16

비판적 지지가 여전히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그게 ‘현실적’이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것’은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사실 나처럼 “저 너머 세상을 꿈꾸자” 이러는 사람들은 얼마나 막연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가.ㅎ 그런데 ‘현실적이라 느끼는 것’과 실제 현실은 언제나 일치하는가? 그렇진 않다.
지난 대통령 선거는 ‘현실적인 선택’의 가장 극단이었다. 서민대중의 편일 줄 알았던 노무현 정권이 ‘삼성공화국’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서민대중의 삶을 외면하는 정치로 일관하면서 낙심한 사람들은 ‘개혁이고 민주주의고 다 필요없고 먹고사는 문제나 잘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자’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 결과 개혁과 민주주의가 후퇴한 건 물론이고 먹고사는 문제는 더 어려워졌다.
노무현에 실망하여 이명박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며, ‘좀더 나은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많이 안타까워했다. 그런 ‘현실적’인 선택이 실제로 얼마나 비현실적인 것인지 뻔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이명박을 몰아낼 ‘현실적’인 선택으로 다시 노무현을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이명박을 선택하는 어리석은 일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과연 다를까? 노무현에 실망해서 이명박을 선택하는 일과 이명박을 빠져나가기 위해 노무현으로 돌아가는 일은 말이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좀더 나은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노무현의 서민대중의 삶을 외면하는 정치에 대한 실망을 노무현의 변심이나 무능력 혹은 수구세력의 저항 탓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노무현에 대한 그들 자신의 ‘비합리적 기대’(자유주의 정권에 좌파정치를 기대한)에서 기인한 것임을 정직하게 성찰하고, 서민대중의 편에 서는  진짜 진보정치를 해보자는 ‘비현실적’인 길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현실은 지금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현실적이라 느끼는 것’과 실제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건 실은 당연한 이치다. 현실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은 ‘아직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이치를 들여다보지 못할 때 우리는 언제나 현실의 미궁 속을 헤맬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진정 현실적인 것은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들 가운데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말은 분명히 맞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면, 바로 그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2010/01/13 12:16 2010/01/1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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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우파도 좌파도 아닌 서민들의 편은 누구인가

    Tracked from Musiki's World 2010/01/15 00:01  삭제

    필자가 합리주의에 대해 "신화"라는 명칭을 쓰면서 신랄히 비판한 적이 여러차례 있는데어쩌면 일부에게 있어서 2g쯤은신선하거나새로와 보이는 성질의 것일지도 모르지만베이컨이 말한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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