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강의엔 조금 일찍 도착해서 화개에서 악양까지 자전거로 왕복했는데 그렇게 좋은 냄새를 풍기는 차도는 처음이었다. 왜 안 그렇겠는가, 한쪽은 지리산이고 한쪽은 섬진강이니.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선전은 과장이 아니다. 강의 후엔 남준형 집에서 난주, 상윤, 희지, 원규, 근수 등 친구들과 새벽녘까지 유쾌하게 술과 차. 남준 형과 원규는 술을 하면 음담패설을 잘 하는데 같은 이야기도 지리산 시인이 하면 역시 격조가 있다. 원규는 전에 음담패설을 모아 책을 낸 적도 있다지. 자연스레 고래동무 후원의밤 이야기가 나왔는데 남준 형은 저녁에 강의가 있고 다음날 아침엔 문학기행 인솔을 하기로 되어 있어서 오기 어렵고 원규는 다음날 아침에 바이크 모임이 있어서 오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오고들 싶어서 누구 강의를 누가 때우니 어쩌니 다들 한 참 궁리들을 하다가 결국 남준 형만 못오는 걸로 최종 결론. 원규는 시낭송하고 바이크 타고 심야에 내려가겠단다, 에구. 남준 형이 원고료 없이 고래에 생태이야기 꼭지를 해보겠단다. 감사. 점심을 먹고 악양을 떠나 광주 지혜학교에 도착. 김창수, 김한중, 장동식 선생들을 만나 차를 마시며 대화. 영성과 변혁을 동시에 고민하는 이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편안하다. 지혜학교를 나와 담양에 가서 의진(과 그의 짐)을 태우고 귀경. 서울에 의진을 내려주고 파주에 도착. 속초는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강연 시간은 물론이고 고래동무 신청서를 쓴 청중의 비율도 아주 높았다. “형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군대 동기 경선이다. 옛 민중당 할 때 보고 통 못 봤는데 역시 제 고향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형제에 동서까지 다들 지역운동에 열심들이고 그의 아내는 속초의 고래가그랬어 전도사란다. “넌 복 받은 거야. 요즘 운동하는 사람들은 가족하고 전쟁이지.” 뒤풀이에 2차까지 참석하고 주최측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책을 펼쳤지만 얼마 못보고 잠들었다. 눈을 뜨니 6시. 좀더 잘까 하다가 이른 시간의 설악을 보고 싶어 출발. 이젠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미시령 옛길을 구불구불 오르는데 어느 구비에선가 미니벨로 한 대가 올라간다. 심야버스로 새벽에 속초에 도착, 서울로 출발한 사람인 듯. 화이팅. 용대리 황태식당에서 해장국을 맛나게 먹고 백담사 입구까지 들어갔지만 눈 호사는 이미 충분했다 싶어 회차, 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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