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30 18:36

정태춘 박은옥의 앨범 '정동진, 건너간다'를 오랜 만에, 뜬금없이 꺼내 듣는데 여기저기서 울컥해진다. 이젠 꿈을 모으고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라 그런가보다. 이 앨범은 98년에 나왔고 나는 그 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난 시작한 것일까, 건너간 것일까..


건너간다

강물 위로 노을만
잿빛 연무 너머로 번지고
노을 속으로 시내버스가 그 긴긴 다리 위
아, 흐르지 않는 강을 건너
아, 지루하게 불안하게
여인들과 노인과 말 없는 사내들
그들을 모두 태우고 건넌다

아무도 서로 쳐다보지 않고,
그저 창 밖만 바라볼 뿐
흔들리는 대로 눈 감고 라디오 소리에도 귀 막고
아, 검은 물결 강을 건너
아, 환멸의 90년대를 지나간다
깊은 잠에 빠진 제복의 아이들
그들도 태우고 건넌다

다음 정거장은 어디오
이 버스는 지금 어디로 가오
저 무너지는 교각들 하나 둘 건너
천박한 한 시대를 지나간다
명랑한 노랫소리 귀에 아직 가물거리오
컬러 신문지들이 눈에 아직 어른거리오
국산 자동차들이 앞 뒤로 꼬리를 물고
아, 노쇠한 한강을 건너간다
휘청거리는 사람들 가득 태우고
이 고단한 세기를 지나간다

2009/06/30 18:36 2009/06/3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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