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9 14:45

강의 마치고, 한 여성이 다가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사진 찍는 걸 싫어해서.. 하고 언제나처럼 거절하려 했는데 제 아기를 안은 나를 찍게 해달란다. 그걸 거절할 순 없어서 아이를 받아 안았는데 안고보니 행여 아이가 울세라 예뻐라 예뻐라 아이를 추키며 카메라에 아기와 내 얼굴을 향하려 애썼다. 실내가 어두워 초점이 잘 안 잡히는지 한참 카메라에 눈을 박고 있던 여성은 카메라를 동영상 모드로 전환하곤 "저희 남편이 꼭 오고 싶어했는데 못 왔어요. 남편에게 '대기업 그만둬도 잘 살 수 있어'라고 말해주세요" 한다. 사진 찍는 것도 힘들어하는 자에게 대사까지 하라니 참으로 난감했지만 내 품에 안긴 아기의 존재감과 그런 부탁을 하는 여성의 절절할 삶의 결에 기대어 카메라에 대고 “잘 살 수 있어요” 했다. 환한 얼굴로 인사하며 아기를 안고 돌아가는 여성의 뒷모습을 보며 속삭였다. 잘 사시길.. 잘 사시길..

2009/06/09 14:45 2009/06/0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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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이런 여자

    Tracked from Back To Basic 2009/06/11 17:35  삭제

    매일 싼 잘 곳을 찾아 움직이다 보니 인터넷을 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한다. 이틀 정도 만에 들어간 리더에 온갖 글이 다 수집되어 있길래 훑어보는데 김규항의 글이 참 좋았다. 나도 "대기업 그?

  2. Subject: 잘 살자.

    Tracked from 우워어어업 2009/06/12 11:49  삭제

    김규항 선생님 감사합니다. 잘 살자. 진영 정원 유원아.

  3. Subject: 콧등이 시큰해지는...

    Tracked from indie's wonder world 2009/06/12 14:24  삭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제목도 떠오르지 않고, 그저, 우리들은 비슷한 고민들도 많이 하고 사는구나. 이 시스템에서는 우리는 늘 힘들고 고될 수 밖에 없구나. 그래서 용기를 내는 일도 어렵

  4. Subject: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Tracked from 너절청년봉기태도 2010/07/20 17:12  삭제

    김규항. 다른 삶도 있음을, 다른 삶을 꿈꾸게 해 주신, 내 오래된 선생님. 물론, 꼭 그 가르침대로 오차없이 내가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선생님 덕분에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상식과 교양?

  5. Subject: Outlook Express Converter

    Tracked from Outlook Express Converter 2013/05/07 06:1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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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ubject: fast weight loss

    Tracked from fast weight loss 2014/11/07 01:24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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