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2 23:22
그러나 그런 우울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을 함부로 부리지 않고 '이건 아닌데' 라고 되뇌며 조용히 실마리를 모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들을 위한 것이다. 예수가 그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예수는 우리에게 올바로 살기 위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통과 헌신을 감수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삶을 즐기라고 더 많이 행복하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에게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실은 인생의 진짜 즐거움과 진짜 행복을 좇는 일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예수의 별명은 '먹고 마시길 즐기는 자'였다.
처음에 나는 이 책을 통해 '예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려 했다. 예수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인물이자 가장 많은 오해에 휩싸인 인물이다. 지배계급이 일찌감치 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이상주의자를 자신들의 수호신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 오해의 일부라도 걷어 내고 싶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집필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내 모든 종교적 지식과 선입견을 걷어 내고 복음서 읽기와 묵상을 거듭하면서, 나는 놀랍게도 2천년 전 예수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에 대해 이미 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강독 형식을 채택한 것도 그래서다. 본디 원고는 예수에 대한 견해를 담은 대개의 책들처럼, 주제별로 집필하면서 중간중간에 필요한 성서 본문을 인용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그런 형식이 예수에 관한 '김규항의 견해'를 전달하는 데 효율적이지만, '예수의 견해'를 전달하는 데는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예수의 견해를 담은 가장 훌륭한 책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와 있었다. 바로 예수의 말과 행적을 담은 네 개의 복음서,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쓰이고 그만큼 종교적 첨가도 적은 「마르코복음」이다. 이 책은 바로 「마르코복음」을 읽기 위한 책이다.
독자들은 이 책에 적힌 내 견해보다 그런 견해가 만들어지는 풍경, 내가 기존에 가진 모든 종교적 지식과 선입견을 걷어 내고 「마르코복음」을 읽고 묵상하는 풍경을 읽어 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스스로 「마르코복음」을 읽어 보길 바란다. 예수가 제 삶에 전혀 새롭고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예수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가, 인간으로서 존경하는가는 전적으로 개인이 선택할 문제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든, 예수는 우리가 삶의 기쁨과 의미를 회복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예수는 우리에게 복음, 즉 '기쁜 소식'이다.
예수는 공생애 기간 동안 한 곳에 머물며 어떤 구체적인 사회상을 구현하려 하기보다는 내내 인민들의 삶의 현장을 돌다 미완의 상태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삶의 방향과 결의 지독한 일관성은 우리로 하여금 그 어떤 구체적인 사회상보다 더 구체적인 것을 건져 올리게 한다. 예수는 새로운 사회의 실체는 그 체제나 법 같은 형식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사회성원들의 지배적인 삶의 방향과 결에 있음을 되새겨 준다. 그의 미완은 우리에게로, 우리의 미래로 한껏 열려 있다. (예수전 머리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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