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25 14:12
선생님, 호남입니다. 혹시 얼마 전에 국방부에서 선정한 23권의 '불온서적' 목록 보셨는지요? 그 목록에 권정생 선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이 들어 있더군요. 불온서적 선정의 기준은 '북한찬양, 반정부, 반미, 반자본주의' 인데, 왜 권정생 선생의 이 책이 포함됐을까,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그러다 예수전 원고에 선생님이 쓰신 문장, "정치적 혁명성은 '주장'되는 게 아니라 지배체제에 의해 '증명'된다. 겉보기엔 제 아무리 혁명적이라 해도 지배체제가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더 이상 혁명적인 게 아니다. 학술적, 문화적 차원에 머무는 혁명이론 따위가 그렇다. 반대로 겉보기엔 그다지 혁명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데 지배체제가 어떤 과격하고 급진적인 혁명운동보다 더 위협을 느끼고 적대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혁명적인 것이다." 라는 문장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그제야 저는 권정생 선생의 이 책이 왜 불온한가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정치적 혁명과 영적 혁명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선생님의 말씀 또한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기도'와 '묵상'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 대해 지배체제가 위협을 느낀다는 것, 진정한 '영성'은 지배체제를 위협한다는 것, 지배체제를 위협하지 않으면 '진정한' 영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권정생 선생의 이 책을 몇 년 전에 읽다가 시시하다고 생각해서 던져버렸는데,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봐야 겠습니다. ㅎ (질긴 학연을 깡그리 정리하고 중국으로 떠난 호남이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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