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6 16:04
우리노래방, 양념 후라이드, 롯데부동산, 블랙앤화이트 헤어, 형제세탁, 반석건축, 프린트하우스, 지에스이십오.. 봉천동 어느 골목. 김단은 제 동무들과 고양이카페에 들어가고 나는 차에 남아 무릎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원고를 손보고 있다. 휴일 오후 외출 차림의 자취생들, 커플들이 골목 저 끝에서 나타나 점점 커져 또각또각 지나쳐간다. 그들의 모습에서 내 20대 어느 골목 풍경을 떠올리는데, 중학생 쯤 되어 보이는 녀석 하나가 왼쪽 백미러에 제 면상을 들이대곤 요리조리 째를 낸다. 장난기가 발동해 창문을 똑똑 두드리며 씽긋 웃자 놀란 녀석은 시선을 떨어트리더니 스르르 몸을 돌려 잰걸음으로 사라진다. 앞으로 한 시간 쯤, 이라던 김단은 두 시간이 넘었지만 연락이 없다. 고양이가 그리 좋을까. 덕분에 나는 마가복음 14장 게쎄마니에 엎드려 아빠 아빠 우는 예수를 더 천천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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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김규항과 박노자, 예수와 붓다

    Tracked from 별양동 시인의 방 2008/03/27 14:33  삭제

    오랜만에 김규항의 블로그에 들어가 봤다. 그는 예수를 따르는 사람이다. B급좌파인 그는 크리스챤이다. 물론, 그의 예수는 한국의 대다수 기독교인들의 예수와 다르다. 박노자는 부디스트이다